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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계약과 부담부 증여

이천저널l승인2016.02.26l수정2016.02.26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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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준 변호사

오늘날의 많은 부모들은 과거 우리나라의 급속한 경제성장과정에서 자신의 가족을 위해서 땀 흘려 일을 하였고, 그 과정에서 물질적 재산을 축적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한 물질적 재산을 보유하게 된 많은 부모들은 자신들의 노년에 자신의 손으로 피땀 흘려 이룩한 재산을 자신의 자녀에게 증여하고자 했고, 실제 민법이 정한 증여계약을 통해서 자녀들에게 재산을 증여했습니다. 하지만, 재산을 물려받은 자식들은 재산을 물려준 부모님에 대한 부양의무는 나 몰라라 하였고, 결국 재산을 증여해 준 오늘날의 기성세대 부모님들은 부양의무를 태만히 한 자녀들을 상대로 증여해준 재산을 돌려달라고 하는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고, 이러한 소송은 사회적 이슈가 되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부모님들의 바람과 달리 자식에게 한번 준 재산을 돌려받기란 법적으로 쉽지가 않습니다. 민법 제555조는 서면에 의하지 않는 증여의 경우 이를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민법 제556조는 범죄행위가 있는 경우와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마치 증여자가 쉽사리 증여를 해제할 수 있는 것처럼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민법 제558조는 이미 증여계약에 따라 이행한 부분에 대하여는 계약의 해제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함으로써 실제 증여된 재산을 회복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 할 것입니다.

평생 모은 재산을 물려주었는데 나 몰라라 하는 자녀들에게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은 정녕 없는 것일까요? 그러한 해답은 최근 대법원 2015. 12. 10.선고 2015다236141판결에 있다고 할 것입니다. 위 판결에서 아버지인 원고는 2003. 12.경 아들인 피고에게 시가 20억원 상당의 2층 주택 및 대지에 관한 증여계약을 체결하면서 “피고는 본건 증여를 받은 부담으로 원고와 같은 집에서 동거하며 부모님을 충실히 부양한다. 피고는 위 부담사항을 불이행을 이유로 한 원고의 계약해제 기타 조치에 관해 일체의 이의나 청구를 하지 아니하고, 계약 해제의 경우 즉시 원상회복의무를 이행한다”라는 내용의 각서를 받았습니다.

위 판례에서 증여자인 아버지는 수증자인 아들에게 동거 및 부양의무라는 일정한 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조건으로 자신 소유 부동산을 증여해준 것으로 법적으로 부담부증여계약을 체결한 것이었습니다. 우리 민법 제561조는 “상대부담있는 증여에 대하여는 본절의 규정외에 쌍무계약에 관한 규정을 적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러한 규정에 따라 부담의무 있는 상대방이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때에는 그 계약을 해제할 수 있음을 위 사건 판례가 판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부담부 증여계약을 체결한 경우 그 수증자가 부담부 증여계약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한 증여계약을 해제하고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민법 제561조의 부담부 증여는 새로이 민법이 개정되어 추가된 조문이 아닙니다. 과거부터 존재하였지만 오늘날에 와서 그 조문에 관한 관심이 증가되게 된 것입니다. 과거 부모님들은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것을 자신의 업이라고 생각했고, 당연히 자신의 말년에 기쁜 마음으로 자녀에게 자신의 전 재산을 증여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재산을 증여해준 후 증여자인 부모는 경제적 약자가 되어 궁핍한 삶을 영위하게 되었고 수증자인 자녀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수증자인 자녀는 그러한 부모님의 경제적 궁핍을 외면한 채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패륜적 모습이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이에 궁여지책으로 증여자인 부모들도 자신들에 대한 부양의무를 조건으로 하는 증여 즉, 부담부 증여계약을 수증자인 자녀들과 문서로서 체결하고 그러한 의무가 불이행된 것을 이유로 재산회복을 위한 소송까지 오늘날 불사하게 된 것입니다.

효도계약, 그것은 오늘날 과거와 다른 부모자식간의 관계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피땀 흘려 일구신 재산을 자녀에게 주는 것을 행복이라고 생각했던 부모님의 경제적 궁핍을 안면몰수하는 인면수심의 자녀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부모님의 법적 장치인 부담부 증여가 오늘날 이슈가 되고 있다는 자체가 참으로 필자의 마음을 씁쓸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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