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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원인급여와 반환청구

이천저널l승인2015.09.14l수정2015.09.1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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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준 변호사

몇 년 전 변호사 사무실로 한 남성이 친구에게 돈을 빌려줬는데 돌려받지 못해 소송을 제기하고 싶다며 찾아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 남자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친구에게 2년 동안 총 4천5백만 원을 빌려주었고 현재 친구는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아 돈을 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갚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남자분의 이야기만 들었을 때에는 이 사건은 아주 간단한 사건이었습니다. 단순히 빌려간 돈을 갚으라는 취지의 소송만을 제기하고 법원의 판단만을 받으면 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실제 그 소송은 간단하지가 않았습니다. 그 사건을 의뢰한 남자는 친구가 불법 도박장을 운영하는 것을 알고 있었고, 친구가 도박장에서 쓸 소위 말하는 꽁지돈을 빌려준 것 이었습니다. 그 친구는 남자로부터 돈을 빌려가 도박장을 운영하다가 경찰에 적발되어 도박장 문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그 남자는 친구에게 빌려준 금전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불법한 원인으로 금전을 지급한 경우 그러한 금전을 되돌려 받을 수 있는지가 문제되는데 법에서는 이를 불법원인급여라고 칭하면서 민법 746조에 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746조는 “불법의 원인으로 인하여 재산을 급여하거나 노무를 제공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불법원인이 수익자에게만 있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여 위와 같은 경우 즉, 도박 자금과 같은 불법한 원인을 이유로 타인에게 금전을 교부한 경우 그 금전을 반환 받을 수 없음을 규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수임한 사건도 도박장을 운영하는 친구에게 도박장에서 쓰일 꽁지돈을 빌려준 것이므로 민법 제746조 불법원인급여에 해당하여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음이 명백했습니다. 하지만 다행이도 이 사건의 결론부터 말하면 저는 승소했고 의뢰인의 친구인 피고로부터 금전을 반환받을 수 있었습니다.

제 의뢰인은 친구에게 도박장 꽁지돈을 빌려주었고 돌려받지 못할 상황에 처하자 2차례에 걸쳐서 친구로부터 약정서를 작성 받았습니다. 그 약정서의 내용은 의뢰인의 친구가 의뢰인에게 언제까지 금전을 상환하겠다는 것이었으며 그에 대한 담보로 약속어음까지 교부해주었습니다. 우리 민법은 명백히 불법원인급여에 대해서는 반환 받을 수 없음을 규정하고 있기에 원칙적으로 제 의뢰인은 친구에게 꽁지돈으로 빌려준 금전을 돌려받을 수 없음이 법문상 명백하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원칙에도 예외가 있습니다. 그 예외라는 것은 바로 사후 반환 약정이라는 것으로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9다12580판결에서 그 예외에 대해서 판시하고 있습니다. 2009다12580판결은 “불법원인급여 후 급부를 이행 받은 자가 급부의 원인행위와 별도의 약정으로 급부 그 자체 또는 그에 갈음한 대가물의 반환을 특약하는 것은 불법원인급여를 한 자가 그 부당이득의 반환을 청구하는 경우와는 달리 그 반환약정 자체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가 되지 않는 한 유효하다”고 판시하여 불법원인급여 후 새로운 반환의 약정을 한 경우에는 그 약정에 기하여 급부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음을 명백히 한 것입니다.

의뢰인의 친구는 불법원인급여임을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해야한다고 주장하였지만 의뢰인의 변호사였던 저는 불법원인급여임은 맞지만 2차례에 걸친 사후 약정이 있었고 이러한 사후 약정에 따라서 그 금전은 반환되어야할 것임을 주장하여 결국 원고의 승소를 이끌어 낼 수 있던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원칙적으로 불법의 원인으로 인하여 재산을 급여한 경우 그 반환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위의 사례처럼 불법원인급여 이후에 양 당사자 사이 새로운 반환 약정을 하였고 그 약정이 민법 제103조에서 규정하는 사회질서에 위반되지 않은 이상 새로운 약정에 기하여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실제 많은 분들이 큰 수익을 기대하면서 불법한 원인이 있는 곳에 금전을 빌려주고 있습니다. 그러한 금전은 반환받을 수 없음이 마땅하다고 하겠으나 일률적으로 그러한 반환이 금지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입니다. 혹여 위와 같은 상황이 본인에게 발생한다면 사후 반환 약정 등을 따로 작성해두어 나중에 법률적 분쟁 발생 시 유리한 증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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