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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의 대화의 일부가 되어버린 ‘욕’

김선민 기자l승인2015.06.12l수정2015.06.12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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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민 기자

지난 주말 두 아들 녀석들과 함께 영화관을 찾았다. ‘메르스 공포’라는 사회분위기에도 매표소와 극장 내부 상가 안에는 많은 청소년들이 있었다. 다들 영화시작을 기다리며 쇼핑도하고 오락게임도 하며 즐거운 주말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쇼핑을 하면서 주변의 청소년들의 대화가 자꾸 귀에 거슬렸다.

이유는 학생들의 대화에 욕이 빠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심히 주변 학생들의 모습을 살펴보니 대부분의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욕이 섞인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EBS의 ‘청소년들의 욕설 사용 실태를 조사’에 따르면 한 고교생이 내뱉은 욕은 자그마치 385회였다. 전체 학생 평균도 194차례나 됐다. 이는 1분여마다 한 마디씩 욕설을 한 셈이다. 대화 시간이 조사 시간의 일부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말 한 번 할 때마다 욕 한 두 가지가 섞여 있었다는 결과다. 요즘 청소년들은 욕이 없으면 대화가 안 될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이런 행태가 일부 비뚤어진 청소년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교 1등도, 학급 모범생도, 생활도 생각도 반듯한 여학생들도 거의 누구나 대화 중에 쉽게 욕설을 내뱉고 있다. 아이들이 왜 이렇게 욕설을 많이 하게 된 걸까.

지난 2014년 한국교육개발원의 의뢰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욕을 알게 된 경로로 인터넷을 꼽은 사람이 26.4%, 영화가 10.2%를 차지했다. 바른 언어습관 교육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어른들의 눈에는 아이들의 욕이 '몰상식하고 문제 있는 예의 없는 행위'로 비쳐지지만 아이들의 시각으로 보면 '일상'일뿐이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욕설은 이미 습관이 되었고, 친구끼리 친근감을 표시하는 중요한 수단의 하나이며 스트레스를 푸는 하나의 방법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실제로 기자는 거리에서 접한 청소년들은 웃는 얼굴로 친구를 맞이하며 자연스럽에 욕이 섞인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또한 특이한 점은 알아들을 수 없는 비속어 또는 줄임말을 많이 사용한다는 점 이었다.

청소년 어휘에서 욕설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가면서 청소년 언어생태계에서 기존의 표준어들이 밀려나고 정상적인 단어보다는 욕설에 더 매력을 느끼기 때문에 욕설이 주류가 되어가는 것 같았다. 잘못된 언어습관을 가진 아이들의 모습이 조금은 불쾌하기도 하고 불편했지만 존중하는 언어가 아닌 비하하는 언어인 욕을 친구들과 많이 교환한다는 것이 마치 서로가 서로를 비하한다는 모습이고 그런 비하의 언어가 자신들의 상태를 가장 잘 표현하기 때문에 잘못된 언어습관을 가졌다고 생각하니 안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실제로 우리 청소년들은 지나치게 많은 학습시간과 열악한 여가생활로 전혀 행복하지 않고 자존감도 낮아져 있는 상황이어서 욕설을 아주 적거나 많이 사용하는 중학생보다 중간 정도로 사용하는 집단이 가장 자존감이 높다는 한 연구 결과도 있다. 때문에 아이들은 욕설을 오히려 적당히 사용하면서 동질감을 확인하고 위안을 느끼는 것이다.

결국은 욕하는 아이들이 아니라 욕을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있다. 기성세대들이 만들어낸 돈이면 최고라는 물질주의 문화와 그 문화를 따라 배우라는 교육 속의 아이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게 되고 냉소하게 된다. 따라서 문제해결 방법은 욕 자체가 아니다. 욕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김선민 기자  cc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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