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익 재경이천시민회 회장

누구나 자기의 잘못이나 과오를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잘못된 일이 발생하면 이유나 핑계를 대며 자신의 책임보다는 타인이나 여건 탓으로 돌리게 된다. 그래서 “핑계 없는 무덤 없다.”, “잘 되면 제 탓, 못 되면 조상 탓”이라는 말이 생겼나 보다.

잘못된 일이 발생하면 누군가 잘못한 사람이 있을 텐데도 온통 남의 탓만 존재한다. 기업에서 판매가 부진하면 판매를 잘못한 사람은 없고, 제품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는 핑계만 남는다. 또 제품이 나쁜 것은 구매부에서 자재조달을 잘못해서이고, 구매부는 자금부서에서 결재조건을 나쁘게 해주기 때문이라 한다. 이와 같이 핑계가 꼬리에 꼬리를 물 뿐 어느 하나 분명하게 책임지는 것이 없다.

심지어는 자신의 외국어 실력이 부족한 것도 바쁜 업무 탓이고, IT환경에 잘 적응 못하는 것도 회사가 교육을 안 시켜 준 탓이다. 사원들이 패기가 없는 것도 회사의 문화가 원래 그러하기 때문이고, 시원찮은 업적 또한 상사나 타부서의 협조가 부족한 탓이다. 분명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잘못한 사람, 책임지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이러다보니 나라에 큰일이 일어나도 총리부터 장관까지 '내 탓'은 없이 '네 탓'만 했고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추락했다. 다급해진 대통령이 과거 적폐 때문이라며 국가 대 개조를 부르짖었다. 그러면서 내세운 총리 후보자가 이런 저런 사유로 낙마하는 사태에 이르게 되었다. 이처럼 모든 잘못을 남의 탓으로 돌리려니 관계되는 다른 부서와 싸워서 이겨야 한다. 이 싸움에서 패배한다면 모든 책임을 자기 부서가 져야 하고, 때에 따라서는 인사상의 불이익도 감수해야 한다. 이러한 떠넘기기 싸움을 하다보면 책임소재가 밝혀진다 하더라도 이미 상당한 세월이 흐른 뒤라 모든 것이 흐지부지되게 마련이다. 결국 폐해는 고스란히 선량한 국민들 몫이고 이와 같이 모든 문제를 책임지는 이 하나 없이 타인의 탓으로만 돌린다면 이 어려운 문제를 누가 해결할 것이며 본인 탓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해결하려는 사람이 있겠는가?

한때 우리 사회 일각에 만연해 있는 이러한 풍토를 개선하고자 ‘내 탓이오’하는 종교 사회운동을 벌였지만 여러 해가 지난 지금도 조금의 변화가 없으니 공염불에 그쳐지지 않았나 싶다.

개인은 물론이고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내 탓이오’하는 의식을 몸에 익혀야 한다. 같은 문제, 같은 현상을 놓고 타책 요인만 열거할 것이 아니라 자책 요인을 찾고, 열거하고, 관리하는 풍토가 정착되어야 한다.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미루고 회피하기보다는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수립해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잘되면 네 탓, 잘못은 내 탓이라는 생각으로, 책임은 내가 지겠다는 풍토가 정착되었으면 한다.

'홀로선 나무는 숲을 이루지 못한다.' 세상 살아가는 이치도 마찬가지다. 요즘처럼 반목과 갈등이 심화되고 '내 탓'보다는 '네 탓'이 넘쳐나는 시절일수록 더 많이 생각나는 말이다. 우리 사회는 남의 도움 없이 혼자서는 일을 이루기가 매우 어렵다. 그런데도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중요성을 망각하고 살아가는 게 우리들이다. 이럴 때일수록 네 탓 내 탓 가리지 않는 화합과 동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화합과 동행이 이루어지려면 배려 속에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며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갈등도 이런 마음속에서는 용해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