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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익 재경이천시민회 회장 | ||
원서로 된 교재 구하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던 시절, 나는 대부분의 출판사들처럼 일명 '리프린트' 사업으로 출판에 첫 발을 내디뎠다. 그 당시 '리프린트'업은 경제적인 면에서는 그리 큰 어려움 없이 시작할 수 있었기에 나도 그 길을 따랐다. 열심히 일한 결과, 경제적으로는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으나 원서가 귀했던 시절, 학생들에게 손쉽게 원서를 공급해 주고 우리 실정에 맞는 교재를 개발하는 등 일에 대한 사명감과 사업적인 재미보다는 시간이 지날수록, 정성들여 만든 외국의 책과 그들의 다양한 기획력에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우리 정부는 1987년 국제 저작권 조약에 가입했고 그 결과 출판계 전체가 갑자기 닥친 저작권 된서리에 존립을 위협받는 상황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자업자득이랄까 예견된 일이기는 했지만 '리프린트'업계는 거의 초토화되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우리나라도 과거의 '해적판 출판국가'라는 국제 사회에서의 오명에서 벗어나 점차 제대로 된 출판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말 할 수 있다. 나도 그 이후 인력을 보강하고 시설도 보완하여 정성껏 공을 들여 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외국 책들을 접하면서 부러워하고 안타깝게만 생각했던 일들을 출판으로 실현해 보겠다는 생각과, 이제 정보가 발달하고 세계가 좁아질수록 점점 더 '복사판'보다는 다양하고 개성 있는 창의적인 책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여러 해 동안 집중적으로 몰두한 이런 기획 의도가 우리 출판 시장과 독서 풍토에서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긴장도 되고 걱정도 되었지만 정성을 들인 만큼, 마음을 쏟아 부은 만큼, 그리고 얼마나 새롭고 참신하게 생각하고 실천하는가에 따라 드러나는 결과를 보면서, 나는 세상에 공짜로 얻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교훈을 체험했다.
그 당시 눈만 뜨면 신문 지면이고 텔레비전이고 할 것 없이 귀 따갑게 들려오던 소리가 있었다. 국제화, 세계화, 무한 경쟁 시대라는 말들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세계화, 국제화, 무한 경쟁이 들썩들썩하는 시대일수록 더욱더 참신하고 힘 있는 창의력으로 그들의 허점을 파고들어갈 기회를 삼는 것이 진짜 글로벌화 되는 길이 아닐까?
21세기는 정보와 지식 사회라고 한다. 그러나 지식보다는 지혜를 중시하는, 많이 알고 있는 것보다는 어떻게 머리를 쓰느냐, 즉 많은 정보를 가지고 어떻게 활용하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책을 읽고 내용을 잘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시각에서 비판하고 성찰해서 미래에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늘 통찰해야 할 것이다.
창의적인 사람에게는 안전보다 모험에 따르게 마련이고, 모험이 있으니 실패의 확률도 높을 수 있다. 그러나 점점 편리해져만 가는 사회는 우리를 '복사출판'시대 처럼 편하게 살도록 유혹한다. 그러나 나는 종이책의 위기가 거론되고 도서정가제에 따른 출판 시장의 앞날이 어두워 조금은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오직 창조만이 살아남을 수 있고 경쟁할 수 있기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뿐이다.
말처럼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그러나 한번 도전해 볼만한, 창의적인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 바로 책 만드는 일이다. 그 매력만큼이나 어려움과 기쁨도 늘 따라다니는 묘한 일이 또한 책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늘 후회와 아쉬움을 뒤로 하면서도 나는 이 일을 그만둘 수 없는 것이다.
이천저널 icjn258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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